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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2 [북리뷰]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8) 2

From. 네이버 블로그 (2005.01.23)


여군동 기자, 책으로 박노자를 만나다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7) 대학교수, 또 하나의 코리안 드림

인터뷰: 네이년 뉴스 여군동 기자(이하 여), 박노자 교수(이하 박)

 

여: 교수님, 오늘은 대학에 계시면서 있었던 일로 시간을 꾸며주시겠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의 한국 생활의 대부분이 대학과 함께 했기에 참으로 할말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박: 사실 대학이라는 곳이 저에게 있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통로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또 러시아와 한국에서 모두 대학생활을 해 본 덕에 두 나라간에 비교도 많이 되었구요.

여: 처음 한국에 오셨을때 대학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습니까?

박: 한국에 왔을때 참으로 놀랐던 것중의 하나가 사회 전반에 퍼진 사회제도, 정부기관, 정치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의 전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대인관계에서도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근원적인 경계의 자세를 취한다던가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치중하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했죠. 그런데 한국의 대학의 첫느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패한 사회와는 다르게 대학은 원칙상으로 상생과 유기적 공동사회를 지향하는 것 같았거든요. 중세 유럽을 변화시킨 교회의 역할과 같이 대학은 사회의 순화와 자정의 기능을 수행하는 듯 했구요. 한국의 많은 사회운동의 중심부에 대학교수들과 대학생들이 서 있었으니까요. 또한 한국 사회가 전체적으로 외국의 것에 대해 배타적인 것과 다르게 많은 외국의 학문과 사람들을 수용하며 국제화 지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듯 보여 저는 한국의 대학에 대해 상당한 희망을 가졌었지요.

여: 너무 긍정적으로 보신게 아니었던거 아닌가요? 한국 대학의 현실이란 뭐 말안해도 뻔한 것인데...

박: 아쉽지만 그랬지요. 대학에서 학생으로도 생활해보고 교수로도 생활해 보면서 본 한국의 대학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뭐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원로 교수와 시간강사 내지는 조교들과의 예속적, 수직적, 굴복적인 관계는 같이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대학에서 서로의 의사소통을 막고 하부에 있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었기에 러시아와 다른 이런 분위기에 전 놀랍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대학의 구성원 중 하나인 대학교수가 특권층이 된 사실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대학교수가 사회적 발언을 독점하는 현실에 전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논문발표와 같은 것 말고도 신문에 얼마나 많은 글을 기고했다는 것이 연구업적으로 취급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노조활동가나 시민단체 운동가들은 발언권을 빼앗기게 되고 이는 교수 개인에게 '발언 욕망' 을 부추겨 매체에 대한 기초적 분별력마저 악화시키게 됩니다. 좌익 성향의 교수가 조선일보에 자신의 주장을 기고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그에 해당한다고 하겠지요. 이러한 풍토는 사회 각 분야에서 다른 인재들의 진출을 막는 부분도 있구요.

여: 아무래도 교육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많이 배워야 잘산다는 생각과 많이 배운 사람에 대해 권위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학 교수에 대한 지나친 권위 부여와 교수의 발언권 독점을 조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박: 타당한 설명입니다. 교수의 특권층화와 관련된 도 한가지 이야기를 해보자면 바로 교수 사회에 비특권층이 진출하기 매우 어려워진 현실을 들 수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많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 현실과 외국에서 학위를 따지 않으면 대학에서 전임교원이 되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 교수가 되기까지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며 그와 관련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지요. 학문적 탐구의 정신만으로 교수가 되는건 돈 없이 힘든 일이고, 오히려 현실 도피 내지는 팔자좋은 생각이라는 대부분의 반응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대학 오너의 전횡,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내부정책의 불투명성, 대학의 세력 확장을 위한 확장등의 문제점이 대학을 다녀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잘 알면서도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다는 것도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생계의 문제를 의식한 행동인 듯 하더군요. 그런 측면에서 대학과 재벌기업은 매우 유사하고, 대학이 일반 사회와 별반 다를바 없다 해도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교수집단은 한국 특권층 전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또 하나의 특권집단이구요. 이들은 정가나 언론기관에 자유로이 출입하면서 아랫사람과 사적인 예속 관계를 맺을 수 있지요. 이런 교수의 신분은 한국식 관료주의적 재벌 자본주의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고시에 합격하거나 국회의원이 되는 것만큼의 가치를 갖는 또 하나의 '코리안 드림' 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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