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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5 ▶◀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대한문 분향소 방문... 6

한 나라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 분의 죽음을 그냥 슬퍼하고 넘어갈 수가 없어서 오늘 낮에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했다.

저녁때 갈까도 싶었는데 몰고온 차를 어떻게 할지도 좀 부담이었고 (카풀 때문에 내일 반드시 타야 하니까...) 저녁이 되면 퇴근하고 온 직장인들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질 듯 해서 마침 근처에 볼일도 있고 하여 오후에 윗분들 몰래 점심식사를 마친 후 덕수궁으로 향했다.

디카를 가져간다고 아침에 생각해 놓고 챙겨오지 않았는데 조문 하고 일을 보려면 가져와야 할 것도 안가져온채 사무실을 나와버렸다. 결국 오후에 일은 안하고 땡땡이 치고 조문간 셈이 됐다;;



택시를 타고 갔었기에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쯤에서 내렸다.
대한문은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제일 가까운데 그 주변은 사람도 많고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다.
지금이야 어느정도 조문객의 통행을 허용하는 편이지만 또 어떻게 될지는 알수 없으니...
경찰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10번 출구로 나와서 서울시립미술관을 통해 덕수궁 돌담길로 들어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좀 멀어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을 지나 이제 덕수궁으로 슬슬 진입하려는 순간... 평일 낮 분위기 그대로 거리는 한산했다.
여기까지 와보면 조문 행렬로 바로 근처가 복잡한지도 잘 알수가 없었다.


정동쪽으로 가는 길은 경찰 2명이 나란히 서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삼엄한 경계는 아니고 그냥 길목이니 의례적으로 서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서 찍으면 경찰들이 기분나빠하거나 시비걸지 몰라서 소심하게 멀리서 촬영;; 경찰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보면...


덕수궁 돌담길에 들어서니 벽면에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붙여져 있고 그 이래로 국화와 촛불의 흔적이 보인다.
대한문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인데 주말에 사람이 많을때는 이곳까지 사람이 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유서를 다시 읽어보고 사진찍는 사람, 국화와 촛불을 디카로 가져와 찍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대한문이 가까워지는 곳에 저렇게 스크린을 갖다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여러가지 영상자료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내가 갔을때는 이 곳부터 조문행렬이 시작됐다. 여기서부터 30분 정도 기다리면 분향을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어쨌든 책임이 있는 청와대 이모씨를 맹비난하는 자극적인 문구도 붙어있다.
본시오 빌라도 총독까지 등장한다. 이렇게 욕먹으면 오래 살텐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줄을 서면 대한문 앞까지 가게 된다.
대한문 분향소는 2개 방향에서 동시에 조문객 대기행렬이 나온다.
하나는 내가 섰던 덕수궁 돌담길 방향이고 하나는 시청역 2번출구 방향이다.
그 2개의 줄이 대한문 앞에서 만난다. 대한문 앞에서 좀 떨어진 길가 쪽에 분향소가 2군데 마련되어 있다.
조문객들은 대한문 앞에서 대기한 후 자원봉사자가 통제 줄을 열어주면
분향소 앞까지 가서 자기 차례때 국화를 헌화하고 분향하면 된다.

국화와 근조 리본은 자원봉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나눠준다.
보니 주변에 국화를 따로 사서 오신 분들도 많았다. 나도 그럴걸 하는 후회가 남더라는...

사람이 많이 올 것에 대비해 한번에 15명 정도까지는 분향이 가능하도록 자원봉사자들이 통제를 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분향소라 그냥 초라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의 분향소라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
그러나 추도하는 마음만큼은 그 어떤 화려한 분향소에 못지 않은 분위기였다.

분향소에 5-6명 정도 상주 비슷하게 나와 계신데 다른 분들은 잘 모르는 얼굴이었고
국회의원과 시사프로 진행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정범구 박사님이 나와서 조문객을 맞고 계셨다.
이분이 지난 총선때 서울 중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셔서 낙선했는데 그 때문인듯 했다.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고 계신 탓인지 무척 힘들어 보이시더라는...


토요일날 경찰들이랑 실랑이가 있고 머 그렇다 하여 분향소 분위기가 안좋지 않을까 겁먹으시는 분들도 있을거다.
평일 낮이고 서거 3일째다보니 초반의 흥분된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차분하게 고인의 명복을 비는 분위기였다.
(물론 밤에 촛불이 나오면 또 경찰들과 충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낮은 정말 평온하다.)
국민장이 확정되어 공식 분향소가 많아지면 덕수궁쪽도 덜 혼잡할 듯 하다.
가고 싶은데 사람이 많고 경찰이 많을까봐 꺼려하지 마시고 가고 싶으시면 꼭 가보시길 바란다.

(찍고 나서 집에 와서 보니 태극기 뒤에서 찍어서 좌우가 바뀌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국화와 촛불이 놓여있던 자리에 사람이 없어 다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착잡했다. 먹고 산다는 핑계로 그동안 사회에 너무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 보며 돌아왔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잊지 마시고 가까운 분향소에 들러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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