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1)
Posted 2009. 1. 15. 22:04새해들어 책을 많이 보겠다고 결심하고 책도 몇권 샀습니다.
회사일이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보고 있습니다.
11월에 사놓고 묵혀뒀던 화폐전쟁 이라는 책도 이미 독파했고... 이제 연초에 산 책들을 보기 시작하고 있네요.
올해 블로그의 주요 컨텐츠 하나로 북리뷰를 생각중인데 저번에 산 책들의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듯 합니다.
그래서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 썼던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에 대한 북리뷰를 티스토리로 옮겨와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새로 읽은책에 대한 리뷰를 쓸때까지 시간도 벌어보구요~ ㅎㅎ
'지루한 북리뷰는 가라!' 는 마음으로 나름 인터뷰 형식으로 책 내용을 정리했던 것인데, 시간이 지난 지금 봐도 재미있네요. 총 11개의 포스트에 걸쳐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연재해 볼까 합니다.
2004년 11월 18일 from. 네이버 블로그
여군동 기자, 책으로 박노자를 만나다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1) 전근대적이고 극단적인 우상숭배
인터뷰: 네이년 뉴스 여군동 기자(이하 여), 박노자 교수(이하 박)
여: 말로만 듣던 선생님을 직접 뵙게되어 대단한 영광입니다. 책과 함께 하는 첫번째 시간을 박 선생님과 갖게 되어 영광이네요.
박: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보잘것 없는 저를 이런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 앞으로 10여회 정도에 걸쳐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 시간인데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 생각이십니까?
박: 아, 오늘은 제가 한국에 와서 느꼈던 전근대적이고 극단적인 우상숭배의 현실을 언급해 보고 싶군요.
여: 우상숭배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나요? 북한에서 김일성 체제를 옹호하는 논리로 사용된게 우상숭배였는데....
박: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엄연히 대한민국 사회에도 우상숭배는 존재합니다.
여: 구체적인 사례들을 한번 들어주시겠습니까?
박: 일단 서울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전근대적인 우상숭배를 나타내 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지요.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그리고 조선, 동아, 한국일보와 같은 언론매체들이 집중해 있는 곳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대한민국의 권력을 상징하는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임진왜란 당시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준 조상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만 파악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여: 아, 그렇군요. 나름대로 숨겨진 뜻이 있다는 것입니까?
박: 네, 일단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국제적이고 시대적인 계보의 관점에서 당시 동상을 세운 박정희의 군국주의가 유럽이나 일본의 군국주의 전통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무덕을 기리기 위해서 사당이나 비문을 건립했지 장군의 동상을 세우는 일은 없었습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무주의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장군의 동상을 세우는 일이 많았지요. 또한 이런 유럽의 제국주의를 답습한 일본의 경우도 파시즘이 절정을 이루었던 1930년대에 많은 무장의 동상을 건립했습니다. 일본 육사 출신으로 박정희도 아마 많은 무장의 동상을 보며 군국주의적 사고를 키웠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1968년의 이순신 동상 건립과도 연계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여: 그러면 이런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박정희는 정략적으로 어떻게 이용했습니까?
박: 일단 이순신 장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임진왜란입니다. 동상이 세워질 당시 우리나라는 베트남 파병과 경제개발을 통한 국력부양이라는 당면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현실을 임진왜란과 교묘하게 연결시켜 국민들의 총동원이 필요하고 한명의 지도자 앞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함을 이 동상을 통해 강조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세종로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며 나라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베트남 전쟁이라던지 나라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함이라는 핑계로 자행된 많은 부조리들을 묵인하게 된 것이지요.
여: 군사정권인 박정희 정권과 이순신 장군과의 관계도 긴밀하지 않습니까?
박: 그렇습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정통성 부재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순신 장군을 선택했습니다. 동상을 통해 무인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성격을 강조하고 과거 무인과 군부가 역사에서 차지했던 위치를 강조한 것이지요. 일본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도 장군, 대통령이 된 박정희도 장군이라는 묘한 연결은 친일파였던 그를 이순신 장군에 버금가는 무인으로 격상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또한 이순신의 호인 '충무공' 에서도 보듯 이순신은 '충' 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나라에 충성하는 이순신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동상은 은연중에 강조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복종을 꾀하려는 의도도 있었지요.
여: 그럼 이러한 동상이 갖는 의미를 간단하게 정리를 좀 해주신다면요.
박: 바로 무장동상을 통해 상징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욕망을 고대 내지는 중세적 갑옷을 통해 포장했다고 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 학교다닐때 북한의 체제유지를 위한 세뇌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그런 구체적 사례가 있습니까?
박: 물론 있습니다. 북한도 동상과 같은 상징물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국가의 지배에 적당하도록 조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1995년에 세워진 노동당 창건 50주년 기념탑을 보지요. 그 탑의 핵심은 바로 세가지 상징물인데요, 그것은 바로 낫과 망치, 그리고 붓입니다. 그런데 이 세가지 상징물의 위치를 보면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낫과 망치는 코너로 몰려있는 반면, 사회주의가 극도로 증오하는 대상의 상징인 붓이 가운데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북한 사회를 이끄는 노동당 간부의 관존민비사상이나 권위주의의 모습을 반영해 주는 결과라 하겠지요.
여: 사회주의에서 나타났던 일부 고위층의 문제가 그 탑에서도 드러나는 것이군요.
박: 그런 경우는 또 있습니다. 김일성의 환갑을 기념해 만든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은 공교롭게도 일본의 어용 신궁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는데요. 이 역시 김일성 동상에 절을 하러 오는 북한주민들에게 옛날 일제시대부터 내려오던 위계질서나 복종의 논리를 연계시키기 위한 의도가 은근히 담겨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일성이 70세일때 세워진 주체사상탑을 봅시다. 이 탑은 말 그대로 북한의 사상적 기조인 주체사상을 기려야 함이 옳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주체사상탑의 70단은 김일성의 '70세' 생일을 의미하며 탑을 만드는데 사용한 25,550개의 화강석은 그가 70년동안 살아온 날의 숫자를 의미합니다. 또한 평양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김일성으로 대표되는 지도자와 그에 대한 충성의식을 조장하자는 뜻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주체사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아닌 김일성에 대한 복종을 조장하는 것이 바로 주체사상탑입니다.
여: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건 김일성의 동상, 주체사상탑이건 이것은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군요.
박: 그렇습니다. 충성이라는 것도 도덕적인 판단을 통해 충성의 가치가 있을때 실행해야 그것이 올바른 충성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간과한 채 독재자의 행동 그 자체를 도덕성으로 간주하여 전통을 교묘히 이용하는 이런 모습은 크나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여: 이런 측면에서 남북은 그다지 차이가 없군요, 이런 우상숭배의 사례가 또 하나 있지 않습니까?
박: 마지막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불어닥쳤던 단군숭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종교적인 색채를 부정한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북한은 단군신화나 단군에 관한 이야기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동구권에서 사회주의가 몰락하며 계급혁명적 정통성을 잃은 북한은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바로 신화적 국수주의를 선택했고, 그 산물이 바로 단군숭배분위기 조장입니다. 사실 북한 사회에서 단군에 대해 제사를 지낸다던가 그를 숭배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요. 이에 발맞춰 남한에서도 단군에 대한 열풍이 일지요. 국수주의자들에 의해 단군숭배운동이 본격화 되어 단군상이 곳곳에 보급되고 이로 인해 기독교 단체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으니까요. 왜 남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났을까요? 그것은 1987년 이후 차츰 파쇼적 국가주의와 관제 민족주의가 먹혀들지 않음을 안 보수세력이 다급함을 느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여: 그렇군요, 알게 모르게 우리는 우상숭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러한 우상숭배는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복종만을 강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일부 권력자들만이 배부르게 사는 사회로의 변질을 초래합니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팽배하게 되면 사회의 발전이나 행복한 인간의 삶도 보장받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여: 잘 배웠습니다. 이런 현실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고쳐나가는데 힘써야 할 것 같군요.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대충 마무리가 되었으니 점심이라도...?
박: 전, 점심 먹고 왔습니다.
여: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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