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ar Story (1) 카풀 이야기
Posted 2009. 5. 18. 14:17
차를 산지 21일이면 2년이 된다.
차를 사야겠다고 결정하고, 무슨 차를 살지 이것 저것 고민하고 재보고 알아보고 하다 지금의 차를 선택하고...
회사 워크샵 땜에 1주일 늦게 차를 받았던 시절은 어느덧 훠이훠이 지나고 적잖은 세월이 흘렀다.
2년을 맞이한 지금... 많은 거리는 아니지만 22,700km나 뛰며 이곳 저곳을 누볐다.
처음에는 집에 차가 없고, 주말에 야구를 하러 다닐때 대중교통으로 다니기가 불편해서 그 용도로 샀는데
(장비의 압박도 있지만 우리집에서 야구를 하러 다니는 일산까지는 편도 55km이다)
최근에는 카풀을 하게 되면서 출퇴근용으로 차를 사용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1. 카풀은 누구랑 하시는지?
카풀은 동기 여자애 2명과 한다. 우리 동네에서 회사인 여의도가 꽤 멀다.
이 두녀석중 한명은 출근을 빨리 해야해서 택시를 타는 일이 많고, 한명도 늦잠자고 택시 타는 일이 많다.
나도 전에 가끔 차를 가져갈 일이 있으면 차밀리는 시간을 피해 일찍 나서게 되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 출근시간에 맞춰 어영부영 가다 지각하는 일도 많다.
택시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2명과, 좀더 일찍 출근하여 오전에 업무를 많이 처리함으로써 퇴근시간을 당겨보려는 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2월부터 카풀을 해 벌써 3개월여째 이어져 오고 있다.
2. 카풀 비용은 어떻게 부담?
내 카풀은 차 있는 사람이 돌아가며 차를 가져오는게 아니고 차가 있는 내가 운전을 하고 2명이 얻어타는 형태다.
회사에서 집까지 왕복하면 60km이다. 여기에 한달에 20일 정도 차를 가져오게 된다. 평일이 보통 22일 가량 있고 10부제로 이틀 정도는 차를 놔두고 가야하니까...
그래서 내 차의 실제연비 12km/리터 를 기준으로 하루 5리터의 기름이 소요된다고 보고 리터당 1,500원으로 휘발유 값을 책정해 1,500 * 5 * 20 = 150,000 원의 연료비를 산출했다. 난 연료비를 부담하지 않고(운전에 대한 부담과 차량 감가상각 등을 고려) 둘이 75,000원씩 매월 말에 내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비용처리는 끝!
3. 카풀방식은?
일단 출근은 별일이 없는한 셋이 모두 같이 하고 퇴근은 나랑 퇴근 시간이 맞을때는 둘중 하나라도 태우고 가고 그렇지 않으면 나 혼자 한다.
카풀 초반에는 내가 회사일이 좀 한가해 항상 애들보다 일찍 가서 퇴근하며 같이 가려는 요녀석들한테 원망을 좀 들었는데... 4월 들어서면서부터는 내가 거의 매일 야근이라 애들이 먼저 가거나 약속을 잡아 딴데 들렀다 오고 하기에 거의 출근만 하게 되는듯 하다.
차가 많이 밀리는 월요일과 업무상 좀 빨리 출근해야 하는 금요일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만나고 보통 내가 집에서 6시 35분쯤 출발해서 한명씩 태워간다. 회사에 도착하면 보통 7시 20분쯤 된다. 나 혼자 타고 회사까지 직행하는것보단 10분 정도 더 걸린다.
4. 카풀하면 좋은점?
첫째로 운전을 좋아하는 나에게 복잡한 출퇴근길이긴 하지만 차를 몰고 다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비가 오는 월요일 아침이나 사고라도 난 금요일 저녁은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둘째로 지하철을 타면 1시간이 걸리는데, 지하철에 앉아서 오는 것도 엄청난 체력소모가 된다. 주변 사람들이랑 부대껴야 하는 것, 밖이 보이지 않아서 느끼는 지루함에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은 지하철에 몸이 왔다갔다 하면 피로감이 엄청나다. 밀리는길 1시간 운전보다 지하철 1시간 탑승이 나에겐 더 힘겹다. 그 머리가 띵한 느낌이 없어 집에 가서 뭐라도 좀 할 수 있고 한가하면 운동도 하러 갈 수 있는 여지가 좀 생긴다.
셋째로 출근이 빨라지니까 오전에 하는 일이 많아져서 퇴근을 빨리 하게 된다. 전에는 8시 다 되어서 와서 1시간쯤 놀고 어수선하게 있으면 오전에 하는일 없이 어영부영 보내는게 많아졌는데 조용한 시간부터 집중해서 하면 오전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넷째로 음악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귀에 MP3 꼽고 지하철 타는게 좀 꺼려지기도 하고 (몸에 좋지 않다니) 라디오를 들을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좋다. 덕분에 CD구매도 늘었다. 최근에는 네이버 중고카페에서 옛날CD 모으는 재미에... 이번달은 이것저것 좀 질렀다.
마지막으로 내 차를 타고 다니는 2명은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 택시비가 2만원이고 아무리 못타도 한달에 10번 이상 택시를 탄다는데... 나와 같이 카풀을 하며 엄청난 돈을 절약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5. 카풀해서 좋지 않은점
먼저, 평일에 저녁약속 잡기가 어렵다. 뭐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애인도 없고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아서 약속이 좀 없기도 하지만... 가끔 생기더라도 10부제로 차 안져오는 날들에 한정하게 되곤 한다. 사람들도 좀 만나구 해야하는데 요게 은근 족쇄 같기도 하다...
두번째로 날씨가 나쁜날 운전을 해야하는 점! 지난주 월요일, 화요일은 아침에 주룩주룩 비가 내려서 운전에 신경이 쓰이는데 사고가 날까봐 노심초사 하느라 죽을뻔 했다. 차 몰고 가고 싶을때 그렇지 않을때의 선택권이 없는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번째로 가장 손해를 본건 책 보는 시간을 잃었다는 것이다. 연초에 독서를 많이 하겠다고 결심하고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독서량이 급감... 이제는 개미 눈물만큼의 독서량에 그치고 있다. 집에서 보던지 주말에 봐야 하는데 맘대로 안된다 ㅠㅠ 카풀을 통해 잃은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여튼 오늘도 차로 출근했다. 아침에 20미터 앞에서 사고가 났는데 다행히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서 재빨리 탈출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평소보다 10분이나 빨리 나오고 지각할 뻔했다;; 언제까지 이 카풀이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차는 오늘도 열심히 강변도로를 달리고 또 달리며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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