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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3 ▶◀ 노무현 아저씨, 안녕히 가십시오... 8


오늘 아침 회사 사람의 결혼식이 있어 부랴부랴 준비를 하는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건강 악화설, 뇌출혈설, 실족설 등이 나오더니 11시 즈음 하여 자살인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냥 멍... 해지는 기분이다. 단순히 사람이 하나 죽었다는 느낌이 아닌, 뭔가 크게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최진실씨가 자살 했을때도 그런 공허함이 좀 들긴 했는데, 오늘은 최진실씨가 세상을 떠난 그날보다 몇배 더 강한 느낌이다.

다들 그랬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안건 5공화국 비리와 관련된 청문회를 통해서였고...
그 후 3당합당을 거부하고 꼬마 민주당 소속으로 남았던 것, 뻔히 보이는 불리한 싸움을 딛고 부산지역 출마를 강행하는 모습등을 보며 뭔가 다른 정치인에 비해 마이너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내 맘속에 그렇게 비중있는 정치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노무현의 존재를 그렇게 크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2002년에 다시 그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한달동안 정말 미칠듯한 분위기였다는 2002 월드컵, 반미 촛불시위... 그 이후 다가온 국민경선과 대통령 당선까지...

그때 난 군복무중이라 간간히 TV를 통해서, 휴가를 나와서 줏어들은 몇몇 이야기들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몸에 와닿는건 아니지만 세상과 단절된 그 곳에서 뭔가 그동안 내가 살았던 것과는 다른 세상이 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중심에는 노무현이 있었다.

내가 군대 가기전(2002년 4월)만 해도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던지, 아니면 여세를 몰아 민주당에서 이인제가 대통령이 되는 분위기였던거 같은데... 8개월 후에 결과는 완전 바뀌었다. 차차기를 위해 나왔겠지 생각했던 노무현이 바람을 타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진보, 양심, 자주, 개혁, 새로운 세상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들리며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도 한단계 발전하는 듯한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반대 세력들의 집요한 공격, 그리고 그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작태속에 노무현은 희망의 아이콘이 아닌 혐오의 아이콘이 됐고, 결국 한나라당에 다시 정권을 넘겨준 1등공신이라는 너울까지 덮어쓰고야 말았다.

답답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잠깐만 폭넓게 바라봐도 그렇게 그에게 욕을 할 수 없을 것인데...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현실 사이의 갈등, 또 그로 인해 재임중 생겼던 몇몇 과오... 그게 그리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나? 문제점이 있다면 좀더 침착하게 지적하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안되는 것이었나? 밑도 끝도 없이 밀어부치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고 종지부 찍으면 다였는지...

결국 퇴임 후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행동하던 그가 초기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연결되어 오히려 다시 큰 인기를 얻고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적 행보를 보이자, 보복성으로 박연차 게이트에 플리 바게닝을 미끼삼아 이번 사건을 터뜨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할소리 못할소리 다 하며 본인을 힘들게 하더니, 그렇게 그는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추도의 물결이 장난이 아니다. 20여년전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죽었을때도 이랬을까...

마음 같아선 봉하마을도 가고 싶고, 서울 시내에 어딘가에 있다는 분향소도 가고 싶은데 나같은 일반시민이 명복이라도 빌어줄 수 있는 공간마저 모두 차단하고 있단다.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여기라도 적어본다.

아울러 그가 죽으면서 남긴 양심과 정의, 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 등을 우리가 모두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다음 선거부터는 꼭 투표하겠다는 사람, 그를 잊지 않겠다는 사람, 이명박을 뽑은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
참 많은 글이 올라온다.
그 사람들 모두 오늘 하루, 단 며칠만 그러지 말고 죽을때까지 그 마음을 가져가길...

우리의 무지와 성급함,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의 부재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부디 그가 간 저 세상은 양심과 정의, 상식이 통하는 곳임을 빈다.

그가 심고 간 나무가 언젠가 큰 그늘을 드리워 우리를 편히 쉬게 해줄 수 있게 가지도 쳐주고 거름도 주는 그 소소한 일에 나 자신부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 자신의 행복함, 그리고 모두가 행복해 지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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