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정말 순진했었다.
Posted 2008. 9. 11. 14:19
2004년 9월 10일... 네이버 블로그에 남긴 글
갑자기 애들이랑 옛날에 뭐 여자랑 어쩌구 이런 얘기를 하던 중....
그야말로 여자에 둘러싸여 행복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때였는데....
난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사랑에 빠져 같은 학원에 다니던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영화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동갑내기 여자였다.
심은하를 닮았고, 눈웃음이 정말 사람을 소스라치게 하는 애였는데....
화이트데이때 사탕을 주면서 고백을 하고,
이리저리 튕겨대는 그 아이의 행동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화질을 열심히 했다.
처음에 맘이 닫혀있던 걔도 좀 달라지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그 여자를 좋아한 이후로 내 학교성적은 곤두박칠쳤다.
결국 8월달 전국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당시 과학탐구영역이 48점 만점이었는데 24점을 맞는 등 성적이 처참했다.
담임선생님은 친히 나를 부르셔서 과학 24점을 맞은거는 좀 너무한게 아니냐는 등
무슨 딴생각 하는게 아니냐는 등의 안좋은 소리를 좀 하셨다.
반장이었고 기대가 많았던 탓에 아마 그러셨으리라....
뭐 지금도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채 살고 있지만....
그렇게 학교에서 담임선생님한테 혼이 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 근처 공중전화에 가서 그 아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통화하기 싫다는 그런....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무척 심난했다.
무슨 영문이었는지 기억은 안났지만 그 순간 갑자기 그 여자를 그만 좋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화도 안하고 학원에서도 본체만체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루가 멀다하던 전화도 안하고 학원에서도 본체만체 하며 지내니 걔도 좀 이상했던가 보다.
같이 학원다니던 친구들을 보내서 내가 뭐하는지 염탐도 시키고 그랬다.
아마 그때 확실히 밀어붙였다면 뭔가 될뻔도 했었다.
그런데 그놈의 성적으로 맘이 상한 나는 더 이상 걔한테 뭐 어떤 것도 하고 싶은 맘이 없었다.
그렇게 병신같이 난 여자를 보내버렸다.
졸업하고 어떻게 해서 이메일 주소도 알아내서 이메일 보내고 그래서 답 오는걸 보면
날 최소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하여튼 그렇게 여자한테 관심을 끊고 공부에 매진하려 하는데
갑자기 우리반 애들이 '반장이 한번 미팅좀 주선해 보라' 고 매일 나를 조르는 것이었다.
'아, 나 공부 해야 한다고~~' 하면서 안된다고 했으나 하도 애들이 졸라대는 통에
결국 학원 같은반에 있는 여자애 한명이랑 얘기를 해서 5:5였나 여하튼 미팅을 주선했다.
난 참석은 안하고 주선만 했고....
그래서 미팅을 했는데 분위기는 좀 그랬다.
할 수 없이 카페에서 미팅하고 2차로 노래방 간데서 애들이 하도 밍기적대길래
오바질로 분위기를 좀 띄워줬다.
그러고 나서 미팅 했던 애들끼리 뭔 썸씽이 오가고 하던 중에
어느날 나랑 같이 미팅을 주선했던 애가 뜬금없이 그러는 거다.
"야! 우리반 부반장이 너 만나보고 싶대~~"
걔네반 부반장이라면 미팅에도 나왔던 애라 안면은 있었다.
내가 당시 노래방 18번이었던 ''59년 왕십리' 를 부르며 추태질을 할때 같은방에 있었던 앤데...
뭣 때문에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걸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때 이게 '만나서 맘에 들면 사귀자.' 는 메시지였는데~~~ 난 그걸 몰랐던 거다!!!!!
사랑을 떠나보낸 아픔인건지, 너무 순진한건지, 겁나게 멍청한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왜 나를 만나자는 걸까...?' 라며 무지 의아했었다.
그래서 '그래? 거 참...' 이러고 그냥 넘어갔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토요일 저녁에 학원 수업이 끝났을 때였다.
'야, 걔 지금 학원 앞에 왔다는데, 너 기다린데...'
헉... 그 부반장이 날 보려고 학원 앞에 온 것이었다.
역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나는 그냥 그 아이를 만났고~~
자기 집에까지 데려다 달라는 말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시간쯤 걸었다.
아아~~ 그때는 몰랐는데 완전 대놓고 작업들어오는 여자애를 그냥 무덤덤하게 대하다니...
그렇게 한시간동안 걸으면서 그걸 받아줬다면.... 참.... 리거이.... 원....
집에다 데려다 주고 뭔가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애를 그렇게 보냈다.
그러고 얼마 안있다 그 여자애 학교에서 축제를 하게 되었는데....
날 꼭 오라고 했다고 학원 같은반 여자애가 얘기를 했다.
그래서 축제에 가서 마침 걔네반이 뭔 음식을 만들어 팔길래 가서 얻어먹고 왔다.
정말 많이 얻어먹었다. 뭘 그리도 많이 갖다 주는지....
얼마나 내 얘기를 했길래 걔네반 애들이 '얘, 누구야~~' 하면
'아, 노래방에서 59년 왕십리 했던애?' 뭐 이런 식의 반응들....
그야말로 유명인사 됐다. 거기서....
그 후로 삐삐를 통해 음성도 주고받고 했지만
내가 별다른 반응을 안보이니 아마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렇게 연락은 끊어지고 그 아이와 나의 관계는 끝이 났다.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집도 잘 사는 애였는데.... 그야말로 난 참...
그 후 얼마 안있다가 걔네반의 다른애가 나랑 연락을 하고 싶다는 소식을 들었다.
삐삐 번호를 가르쳐 달라길래 또 아무 감정없이 가르쳐 줬다.
그렇게 연락하고 생일날 선물도 해달라고 해서 선물도 사줬지만....
역시 전의 여자와 같은 작업멘트를 전혀 캐치하지 못한 순진하거나 멍청했던 나는
걍 또 그저 그런 짓으로 몇달을 보내다 결국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당시 학원에서 일을 하던 나보다 다섯살 연상의 누나까지....
뭐 졸업할때까지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밤마다 니 생각이 난다느니 하는
충격의 음성메시지가 남겨지는 등....
그야말로 고등학교 1학년때의 가을과 겨울은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는 오기 힘든 화려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난 너무 순진했었나 보다.
이렇게 오는 여자들을 모두 허망하게 떠나 보내다니~~~
이제 오는 사람 붙잡고 싶어도 오는 사람이 없으니 난 어떻게 하나~~~
정말... 볼때마다 느낀다. 나의 유일했던 전성기이자 지금도 엄청난 후회가 되는 그때!
중학교때 조금만 더 까졌어야 했는데... 난 아무래도 야동을 넘 늦게 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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