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망했네!!

Posted 2008. 9. 25. 19:51


2004년 6월 7일 네이버 블로그에 남겼던 글...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지금의 불경기에 못지 않았던 IMF 구제금융시대가 있었다.

1997년 11월쯤에 캉드쉬 총재가 와서 구제금융 서명하고 뭐 그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야구, 그것도 미국야구에만 푹 빠져서 살고 있지만
옛날에는 국내야구, 농구, 배구 3종목을 특히 좋아했었다.
국내야구는 해태(지금의 기아)
농구는 기아(지금의 울산 모비스)
배구는 고려증권...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 팀들을 상당히 좋아했고 이 팀들이 당시에는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였기에
내가 스포츠 중계를 빠지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뜩이나 우울한 IMF시절....
갑자기 고려증권이 부도를 맞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순간적으로 배구팀도 무언가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돈이 없어서 현대에 몽창 선수를 빼앗기던 고려증권 배구팀은
곧바로 정리대상이 되고 말았다.

허나 얼마 있지 않아 해태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뭐 몸집을 줄여야 한다, 외국계 회사에 매각을 한다, 워크아웃을 한다....
정말 말이 많은 상황속에서 당연히 돈만 먹는 야구단도 정리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해태는 당시 간판선수이던 조계현, 이강철, 임창용, 홍현우, 이종범등을
줄줄이 다른팀으로 넘기며 '종이 호랑이' 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덕분에 돈 많았던 삼성이 여기저기 돈없는 팀의 선수들을 끌어들여 스타군단을 구축했었다.
삼성을 가장 싫어했던 나에게 있어 정말 눈뜨고 못볼 꼴이었다.
그렇게 야구에서도 등을 돌렸고....

그래도 기아는 좀 잘 나갔던 회사니까 괜찮을 듯 싶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로 나에게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기아도 뭐 회사사정이 어렵다 어쩐다 하더니....
법정관리에 구조조정에 한창 난리를 피다가
결국 현대자동차로 넘어갔고, 아시아자동차는 망했다...

농구단은 그 후에 별로 힘을 못쓰며 현대한테 줄창 당하더니...
몇년전 기아 농구단이 없어지고 현대모비스로 이름이 바뀌더만
강동희, 김영만 등 내가 좋아하던 선수들을 몽창 트레이드 하고
이상한 녀석들만 잔뜩 데려다 놓았다.
결국 몇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고 있단다.
 

이렇게 IMF와 함께 나는 내가 좋아했던 스포츠 팀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 후 난 국내스포츠 보는 맛이 영 나지 않았고 결국 '외면' 의 길로 접어들고야 말았다.
좋아하는 스포츠팀이 모두 망해서였을까...
힘들었던 1998년 나의 고3은 수능실패라는 악몽으로까지 연결되며
더욱더 나를 우울하게 하였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이런일이 일어나기 힘든 것 같다.
어떻게 좋아하는 스포츠팀이 아무리 모두가 어려운 IMF라지만
한꺼번에 저 지경이 될 수 있는건지....

해태, 기아, 고려증권이 국내스포츠계를 평정하던 그때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립다.



저 글 쓴지도 벌써 4년... 아직도 옛날 해태, 기아 타이거즈는 우승도 못한채 빌빌대고 있다.
농구는 관심있는 팀이 생기질 않는다. 용병 때문인지 프로농구는 정이 전혀 안간다.
남자배구도 별로... 여자배구가 그래도 좀 볼만한듯 한데 수준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국내 스포츠를 재밌게 다시 볼 그 날이여 좀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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