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억의 한 조각, 김광석...
Posted 2008. 10. 7. 19:01지지난주에 용인에 있는 장작구이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음식맛도 음식 맛이지만 사장님 취향 탓인지 90년대 초반과 중반을 풍미한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아무리 들어도 신곡보다 더욱 귀에 와닿는 노래들중 백미는 김광석의 노래들이었다.
내가 김광석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중학교때였다.
당시 또래들이 룰라, 투투, 신승훈, 김건모 등등에만 미쳐있을때 난 좀 취향이 달라서 중학교때부터 이문세에 심취했고, 내 또래들에게는 크게 각인되지 않는 김현철이나 장필순, 조규찬 같은 가수들을 더 좋아했던거 같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TV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김광석의 모습을 봤다.
맑은 목소리로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불렀던 노래는 '나의 노래' 였다.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에 친구한테 테이프를 빌려 노래를 듣고 하면서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됐고 그의 노래에 빠지기 시작했다.
당시에 들었던 노래는 아직 10대였던 나에게는 20대가 주는 자유로움과 설레임 등을 미리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하나의 통로와 같았고, 나도 20대가 되면 그의 노래를 좀더 깊이 호흡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노래를 들을때마다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었다.
지긋지긋한 중고등학교 시절이 지나가 대학에 가게 되면 여자친구를 만들어 함께 김광석 콘서트를 보겠노라고.
그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렇지만...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두달전에 김광석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항상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가수가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것이 어린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팍팍했던 고등학교 생활이 그럭저럭 지나가고... 3학년의 끝이었던 수능시험에서 난 평소보다 훨씬 못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결국 대학 입학이라는 꿈은 뒤로한채 재수학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결국 여자친구도 그 해에는 없었고... 그렇게 나의 소박한 소원은 그냥 '소원' 이 되어 남았다.
벌써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지 12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걸 보면 정말 대단한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수많은 노래 모두 버릴 것이 없는듯 하지만 그래도 내가 베스트로 꼽는 노래 5곡을 소개하는 것으로 김광석에 대한 포스트를 줄일까 한다.
오후에 일도 해야하는데 김광석 이야기를 쓰니 마음이 더 짠해진다...;;
5위. 기다려줘
-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노래. 끝부분의 외침이 시원하면서도 애절해 종종 답답한 마음이 들때 들었던 노래. 내 사랑을 기다려줄 사람은 그 어디에 있는 것인가!
4위. 이등병의 편지
- 중학교때 이 노래 처음 듣고, 내가 이런 마음을 언제쯤 느낄까, 아직 군대에 가려면 난 멀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내가 군대가기전 좋아했던 여자가 직접 전화로 이 노래를 불러주는걸 듣고, 라디오에서 노래를 들으며 슬퍼하더니 이제는 '내 얘긴 아니지~후후' 하며 웃어도 보고, 가끔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는 노래가 되었다. 대한민국 남자가 겪는 젊은날의 시련 하나를 잘 녹여놓은 불후의 명곡이 아닐지.
3위. 서른 즈음에
- 15살때 들은 서른 즈음에 역시 이등병의 편지처럼 까마득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노래였다. 그런데 이제 이 노래가 나의 현실이 됐다. 그때만 해도 서른살이면 뭔가 대단히 많이 알고 세상을 아우르는 무언가가 있을 나이 같았는데 지금의 나를 보면 서른이나 스무살이나 그다지 차이는 없는거 같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라는 가사처럼 젊음과 점점 이별하는 나 자신이 느껴지는 노래...
2위.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이 노래는 김광석 노래 치고는 좀 늦게 알았다. 개인적으로 여행이나 떠남을 소재로 하는 노래, 그리고 이처럼 흥겨운 리듬의 노래가 좋다. 언제나 담배 한대 입에 물고 들어야 하는듯한 다른 노래와는 달리, 물 한병 들고 산길을 뛰어다니며 듣고 싶은 그런 노래기에.
1위. 나의 노래
-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그처럼 괴로운 일이 없다고들 한다.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으로 남아야 하는게 맞다고 다들 그렇게 얘기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수로 먹고 산다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일을 하면서 저렇게 즐거워하고 자긍심을 갖는 일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노래는 나의 힘이고 나의 삶이라고 하는 그의 열정과 노래에 대한 사랑에 놀라움을 느꼈다. 우리 모두 지금 자신의 일에 얼마나 저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때마다 항상 듣게 되는 김광석 노래중 내겐 최고의 곡이다.
여러분들은 김광석의 노래 중 어떤 노래를 좋아하시는지??? 트랙백, 댓글 모두모두 환영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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