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만에 보게 된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후보 수락연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 지고 있어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숙이고 외면했어야 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넘치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 여러가지 고인에 관련된 자료들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내게 감명깊으면서도 충격적이었던게 바로 이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이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당시 군인이었기 때문에 극적으로 노무현이 후보에 당선되고 대통령까지 됐는지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 사실 노무현은 민주당 후보였고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뽑은 것이지 이런 명연설에 감동을 받고 한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당시 왜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열광하고 대통령이 되려면 아직도 몇년은 더 기다렸어야 할지 모르는 이를 대선 후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까지 밀어줬는지가 이 연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강의석처럼 쇼맨십 성격이 강하고 무모하지 않다면 현실을 바꾸고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용기... 지금 나를 비롯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에게 절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장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만이라도 해보자. 마음속에 담아두지도 못하는 자, 그가 바로 비겁한 교훈을 물려받은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