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토론 400회 돌아보기 (1부)

나도 나름대로 정치에 관심이 많고, '지식인' 이라는 존재를 꿈꾸는 사람중 하나지만 TV토론은 잘 안보게 된다.
워낙 말하는걸 좋아하니 남이 말하는걸 듣고만 있는게 답답하기도 하지만... 100분토론은 하는 시간이 넘 늦다;;
최소 10시에는 해야 보고나서 내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질 않겠는가!
여튼 시청률도 심야프로그램답지 않게 높았던거 같은데, 여기저기 100분토론 400회 특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나도 그래서 100분 토론 방송파일을 구해 보게 됐다. 본 소감이라 해야할까... 한번 정리해 볼까 한다.

1부. 2008 한국 사회 주요 이슈

2008 한국 사회 주요 이슈로 설문조사를 통해 설정한 다섯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뤄졌다.
사안별로 방송을 본 나의 느낌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침체
 - 김제동씨와 유시민 장관(장관하셨던 분이라 장관으로 명칭 통일)의 발언이 있었는데, 유시민 의원 특유의 독설스러움과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말투가 아닌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말투 때문에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개그맨 김국진 같았다는;; 사실 여기는 별다르게 느낀건 없었다.

2. 광우병 파동과 촛불정국
 - 촛불집회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핵심이슈는 촛불집회가 새로운 차원의 시민운동이었다(진중권), 촛불집회는 후반부에 폭력, 불법시위로 변질되었으므로 그 의미를 크게 둘 수 없다(나경원), 불법적으로 가기까지 도대체 포용과 소통이 없던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이냐(신해철), 잘된것 못된것을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전원책), 촛불시위를 정권이 억압한 것은 불법성 문제뿐 아니라 구시대적인 통치이념이 빚은 것이다(전병헌) 등이 나왔다.

 - 내 생각에 촛불집회는 진중권 교수의 해석을 밀어주고 싶다. 걸음마 단계 정도긴 하나 걸음마를 뗀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나경원 의원의 불법성 지적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신사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되던 집회에 대해 무관심 내지 탄압으로 갔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폭력적이지 않았던 촛불집회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서는 분노가 폭발한 그 시점에 법치를 들이대다니. 장난하자는 건가...

3.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 진중권 교수가 오바마 당선은 부시가 하려던 데로 따라하려던 한나라당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공격하자 나경원 의원은 오바마가 인종차별을 극복했으니 한나라당이 여성차별을 뚫고 대통령을 배출하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ㅡ.ㅡ;; (사전선거운동으로 안잡아가냐?) 이어 제성호 교수가 한나라당과 미국 민주당을 갖고 억지궁합 맞추기를 하니 전원책 변호사가 '미국놈은 미국놈일 뿐이다. 궁합 맞추기 이런 얘기 추하게 하지 마라' 며 두명의 교수에게 일침을... ㅋㅋ

 - 뭐가 어쨌든 일단 한나라당은 부시 행정부의 실패사례를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바마의 당선은 그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궁합 이런건 별 의미 없는 이야기... 어쨌든 미국은 강국이고 세계를 이끌고 있다. 그에 맞춰 우리의 실리... 그렇게도 그들이 좋아하는 부자의 실리가 아닌 우리의 실리를 찾는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

4. 최진실, 안재환 등 스타들의 잇딴 자살
 - 이 이슈에서는 신해철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부와 명성을 얻은 사람들의 자살이라는 것이 바로 경제에 모든 것이 집중된, 그래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 이어 일반인과 연예인을 모두 경험해본 김제동의 이야기가 나오며 김제동이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다.

 - 정말 신해철, 김제동이 말 잘했다고 본다. 사실 모든 문제에서 표면적인 것만을 생각하고 근본적인 것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살을 하는 원인과 사회 분위기부터 손대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사회가 할 일이고 지도자가 할 일인데 악플에 대한 법 같은 것이나 만들려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 이어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법 제정 문제가 나왔는데 나경원 의원이 법 필요성을 나름대로 역설하자 악플의 희생자 진중권 교수와 신해철씨의 한방 한방에 아주 웃겨 죽는줄 알았다... ㅎㅎ 약자가 보호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진 교수의 발언에 욕많이 먹어 영생의 길에 접어들어 별로 모욕감도 고소하고픈 맘도 없다는 신해철씨의 발언... ㅋㅋ 여기서 신해철이 다시 품성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문제의 출발점을 다시 이야기 해줬다. 이 이슈에서는 단연 신해철이 승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5. 숭례문 화재
 - 뭐 이 이슈는 그다지 이야기 할 것은 없었다.


이어 2008년 우리를 기쁘게 한 뉴스, 화나게 한 뉴스를 한사람씩 이야기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뭐 개인적인 의견들이었기에 그다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한데 김정일이가 못죽어 안타깝다는 전원책 변호사 이야기와 넥스트 신보 발매가 가장 기쁜 뉴스라는 신해철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ㅎㅎ


정말 오랜만에 100분 토론을 봤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살벌하거나 불꽃 튀지는 않고 좀더 가벼운 분위기에서 서로 이야기 나누듯 하는 모습이 좋았다. 손석희씨도 즐겁게 토론 진행을 하는듯 했고...

다만 진보진영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위트있게 우스갯소리도 해가며 토론 분위기를 끌어올려준 반면(그렇다고 이쪽만 잘했다는건 아니다) 보수진영들은 이들의 창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홍준표 의원이 빠져 전체적으로 맥없는 사람들만 나온게 문제였던것 같다. 패널 한명 한명에 대한 평가는 2부를 리뷰하며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