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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8 다음 아고라, 펀드 장기투자 하지 말라구요?? 7

하도 머리아픈 일이 많은지라 다음 아고라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데 오늘은 메인에 걸린 글을 보고 쫓아오다보니 아고라에 있는 글을 여기저기 보게됐다.

그중 눈에 띄는 글 하나가 있었으니!


달감독(김경문 감독)님 얼굴 때문에 본건데 옆에 보니 펀드투자가 장기투자가 되면 안된다는 제목의 글이 있다.
쏙 들어가 봤다. 원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385976

글 쓰신 분...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으시는데 장기투자자가 손해보는 펀드의 운용방식을 이렇게 설명하고 계신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펀드들은 환매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환매요청이 들어오면 이익이 나고 있던 손해가 나고있던 팔아야 하죠. 그런데 문제는 펀드의 운용이 중립적이라고 하더라도  펀드매니저의 관점에 따라 일정 섹터의 비중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높은 비중을 가지는 섹터의 경우 펀드 자체가 프라이스 세터, 즉 주가를 펀드의 자금으로 띄우는 효과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주가가 오르게 되면 평가이익은 엄청나게 올라가지만 실제로 이익실현을 하게 되면 평가이익의 반에도 못미치는 수익률을 내게 되죠.

틀린 말은 아니다. 일단 이 분의 논리를 파고들어 가보자.

예를 들어 펀드 하나가 있다. 이 펀드의 유형은 성장형 주식형펀드라고 가정하자.
이 펀드의 운용역 돈모어씨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다 최근 전자 업종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인 판단하에 전자 업종의 주식을 대거 매수한다.
돈모어씨는 당시 40만원이던 삼성전자 주식이 55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하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펀드에서 주식을 대거 매입한 탓에 시장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기관의 매수세에 자극받은 개인들까지 주식을 사서 얼마후 삼성전자 주식은 50만원이 되어 펀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그러자 투자자들이 목표수익률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환매를 요청한다. 돈모어씨는 고객들에게 수익금을 내줘야 하는데 주식을 사서 펀드에 현금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할수없이 50만원이던 삼성전자 주식의 일부를 팔았다. 돈모어씨의 매물에 개인의 추격매도가 겹쳐 삼성전자 주식은 환매요청 후 45만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글쓴이가 지적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50만원이 됐을 당시에 환매를 요청한 투자자는 그때의 펀드 기준가에 의거해 환매액이 결정되므로 주식의 상승분 10만원을 고스란히 먹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 환매하지 않고 보유중인 투자자는 환매를 요청한 사람때문에 졸지에 5만원 분의 이익을 손해본다. 만일 모두가 환매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식의 가치는 50만원이었기 때문.

맞는 말이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실제로 일어나기 매우 힘들다. 왜??

먼저, 주식형펀드라 해서 펀드에 주식만 있는게 아니다. 채권도 있고, 현금도 있다. 주식형펀드에서 주식 보유비율은 60%만 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머지 40%는 뭘해도 상관이 없다.

보통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들의 환매요구나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비, 또는 매일매일 펀드로 들어오는 설정액 등으로 인해 일정 비율 이상의 현금을 펀드에 보유하고 있다. 최소 5% 정도는 되며 10-15%까지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순자산 1조원 펀드가 5%만 현금을 보유해도 그 돈은 500억원이다.

자, 그럼 실제로 펀드규모가 1조원 정도 되는 펀드의 증감액을 통해 어느정도 현금흐름이 왔다갔다 하는지 살펴보자. 가치투자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투자밸류10년주식1' 이라는 펀드는 18일 현재  1조 2천억정도의 규모이다. 이 펀드가 매일 현금이 얼마씩 들고 나는지를 살펴보자.

(출처 : 한국투자증권 금융상품백화점)

모든 일수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좋겠지만 공간의 한계상 그럴수는 없고 최근 10여일만 따져보면 평균 20-30억 정도의 증감 정도면 꽤 큰 흐름이다. 물론 저기에 나온 것보다 더 큰 변동일이 있다. 그러나 이 펀드가 5%의 현금만 갖고 있다해도 100억, 200억 정도의 환매요구는 별 어려움 없이 버틸 수가 있다.

물론 저런 환매요구가 매일 들어와 계속 현금이 필요하다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펀드런' 이라고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야 가능하다. 설령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 환매금을 보충해 줬다 치자. 그러면 다른 곳에 있는 저가매수세가 다시 펀드로 유입된다. 그러면 운용사가 정한 주식의 매입비율이나 종목별 편입비율이 있기에 다시 주식을 사야한다. 그럼 그 주식의 가격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유출과 유입의 자금흐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저런 논리가 성립하기 힘들다.

그리고 요즘은 펀드매니저가 독단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운용사의 운용부서에는 펀드 운용역과 애널리스트가 있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탐방하며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운용역들과 회의를 통해 어떤 섹터의 비중을 높이거나 낮출 것인지, 어떤 종목을 사고 어떤 종목을 팔 것인지를 협의한다. 그런 식으로 시장 포트폴리오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에 준한 운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개인 임의대로 그 종목이 좋다고 마구 살 수는 없다.

또한, 특정 펀드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마구 매집할 수도 없다. 일정비율 이상 보유할 경우 규정 위반이다. 그래서 삼성전자 주식이 사고 싶어도 펀드내 비중제한, 단일종목 매수제한 조항등에 걸려 매수를 못하는 펀드가 있다는 기사도 있지 않았는가. 수많은 펀드와 펀드 외에도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큰손들이 많은데 펀드 1개에서 주식을 산다고 프라이스 세터가 된다? 글쎄...

이 분 말씀대로 장기투자를 하면 먼저 환매하는 놈이 임자이므로 오래 묻어놓는 사람만 손해라는 거다. 그래서 환매도 동시에 해서 윈윈전략을 취하잔다. 아, 정말 돈은 돌고 돈다라는 경제의 기본법칙을 깡끄리 무시해주는 정말 놀라운 센스를 가지신 분이 아닐까 싶다. 이론적으로 폐쇄적인 조건을 가정한 상태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로 아고라를 혹세무민하려 들다니... 과연 펀드 투자설명서나 운용보고서는 읽어보신 분인지 궁금하다.

쓰다보니 나까지 헷갈린다. 좀더 간략하게 다시 저 분의 논리를 반박해보자.

1. 펀드에는 일정량의 현금이 존재하므로 환매요구가 들어온다 해서 무조건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

2. 환매욕구가 있으면 매수욕구도 존재하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다. 돈이 돌고 도는 경제의 기본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저런 상황은 어느 한쪽의 돈 흐름을 막거나 경제주체가 비정상적인 생각을 할때나 일어날 수 있다.

3. 펀드매니저는 특정주식을 무제한으로 매입할 수도 없고, 자신의 펀드 1개가 특정 종목를 산다고 해서 주식 가격이 오를정도로 한국의 주식시장이 작지는 않다.

그 외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적으셨던데 솔직히 반박의 가치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허황된 소리들인거 같아 과감히 무시해 본다. 댓글 보니 그럴듯한 논리에 동조되어 펀드 다시는 안한다 그러는데... 펀드 안하는건 뭐라 할 수 없는 문제지만 잘못된 정보를 갖고 판단하는 이 상황에 문제가 있다. 난 그게 열받는다.

대낮부터 걸린 저 글이 아직도 다음 아고라 메인에 있던데 빨리 내려주길 바란다. 가뜩이나 펀드 반토막 되어 고민중이신분들 더 열받고 짜증나실지 모른다. 제발 인터넷에 얼굴 안보인다고 어디 책에서 본 얘기만 갖고 생각없이 글 좀 쓰지 마시라. 거긴 아고라지 아수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