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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3 추석 귀성길... 지난 추억들

추석 귀성길... 지난 추억들

Posted 2008. 9. 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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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건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고향이 저 멀리 전라남도인 관계로 명절마다 시골에 내려갔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시골에 안가본지 정말 오래됐다.
1999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벌써 9년째 난 발걸음을 안하고 있다. 부모님은 제사때문에 가시지만
명절 다음주마다 제사가 있어 부모님은 그때 다녀오시고, 난 학교 다닌다 직장 다닌다 핑계로 가지를 못했다.
그것 말고도 시골에 가기 싫은 이유가 한가지 있긴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 하긴 좀 그렇고;;

그 옛날... 우리집에 차가 없던 시절, 명절때 시골 다녀오는 일은 한바탕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풍부한 경부선 노선에 비해 빈약했던 호남선으로 인해 기차 타고 가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예매하지만 그때는 역마다 줄서서 명절 기차표 예매를 했으니 ㅡ.ㅡ;;)
그래서 고속버스로 항상 광주를 내려갔다.

또 컴퓨터가 있기 전 시절에는 매표창구가 여러개니 매표원 실수로 같은 자리에 여러명을 끊어주는 이른바 '따블' 이 많았다. 아주 어렸을때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고... 자리에 앉고서도 또 표가 따블이 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기억도 새롭다.

버스 전용차선이 없던 시절에는 내려가는 길이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어렸을때 멀미를 많이 하던 난 버스 한번 타고갈때마다 잡도리를 하며 고행길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멀미는 사춘기때를 기점으로 없어졌지만 차 탈때마다 먹는 멀미약에 나중에 나온 키미테까지 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광주에 도착하면 묘한 공기가 흘렀다.
아직도 5.18의 흔적이 남은... 광주는 서울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터미널마다 보이는 정권타도의 글... 5.18의 진상을 밝힌다며 목잘린 여자 시체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던 아저씨;;
광주고속터미널에 들러 근처에 있는 광주공용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 데모하는 무리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공용터미널에 닿으면 또한번의 전쟁이 시작됐다.
광주에서 시골집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는데 당시 막차 시간은 9시...
그때만 해도 차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귀성객들로 공용터미널은 아수라장이었다.
귀를 따갑게 하는 '띠~띠' 벨소리를 들으며 부모님과 차에 올라 빨리 앞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내리길 빌었다.

이제 앞 정류장에서 사람이 내리고 우리 식구 모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또한번의 장애물이 있었으니 그건 비포장도로였다.
어찌나 덜커덩 거리던지... 게다가 버스 2대가 지나가기엔 살짝 비좁은 길...
맞은편에서 버스가 와서 서로 조심조심하며 길을 갈때, 버스가 논밭으로 굴러떨어지는건 아닐까 겁도 났었다.
그렇게 비포장도로를 10여킬로미터 달려와 시골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려 1,000원을 주고 택시에 올라 시골집에 도착하면 그렇게도 기쁠수가 없었다.

고생스럽게 내려가던 이 길은 하나씩 하나씩 바뀌어갔다.

중부고속도로가 생기고... 버스전용차로가 생기고... 광주에서부터 2차선이던 호남고속도로도 4차선이 됐다.
이제 시골집에 다 왔다는걸 알려준 추억의 비포장도로는 잘닦인 국도가 되어 날씬한 모습을 자랑한다.
나뉘어져 있던 두개의 터미널은 한개로 합쳐져 최신식 시설을 뽐내고 있다.
당시만 해도 못타서 난리던 버스는 이제 사람이 없어 운행횟수고 줄고 버스도 작은 것으로 바뀌었다.
반갑게 날 맞아주시며 직접 만든 곶감과 벽장 속에 숨겨둔 사탕을 주시던 할아버지도 안계신다.
새벽에 닭 모이 주시며 손자들을 깨우시던 할아버지 모습도 그립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온 식구들 만나며 좋았던 그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다시 갖기 힘들 것이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도 변했기에...
그립다. 그때의 그 귀성길이... 내려갈 걱정을 안해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기만 하다.

오늘따라 그때가...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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