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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9 [북리뷰]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6) 1

From. 네이버 블로그 (2005.01.06)


여군동 기자, 책으로 박노자를 만나다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5) 역사속의 교훈들 - 하

인터뷰: 네이년 뉴스 여군동 기자(이하 여), 박노자 교수(이하 박)

여: 교수님, 지난 시간에 이어서 역사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보고자 합니다. 이제 세번째 주제가 될 터인데 어떤 이야기인지요?

박: 먼저 좀 오래되긴 했지만 한국사회에 학살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노근리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사실 한국전쟁 전후로 엄청난 학살이 자행되었지만 이것은 소설에서나 가끔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진실이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노근리 학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학살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고,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이 노근리 사건의 문제를 맨 처음 제기한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미국의 AP통신사입니다. 한국 언론에 의한 진실의 공개가 아닌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언론사가 공개한 내용이라 한국의 언론들이 그에 따른 것이지요. 이것은 많은 강대국에 의한 학살 피해사례를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 준다고 하겠습니다. 만일 AP통신사가 노근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모두들 그 진실을 알지 못한채 살 수밖에 없겠지요. 강대국의 도덕성을 앞에 나서서 지적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여: 노근리 사건이 밝혀지게 된데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 다음 얘기를 계속....

박: 네번째 이야기는 바로 한국의 어두운 현대사 가리기를 꼬집고 싶습니다. 일본이 역사 교과서를 왜곡한다는 소식을 들을때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상당히 많은 반발을 하고 있죠. 그런데 그 문제를 이야기 하기전에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완벽한가의 문제입니다.

한국의 국사 교과서들은 일본과 같은 '왜곡' 은 잘 보이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의도적인 '누락' 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한국군의 정통성을 이야기할때, 한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논리를 끼워맞추기 위해 한국군 창설에 많은 영향을 끼친 미국 군사고문단의 역할은 축소하고, 광복군과의 연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한국의 국사 교과서가 꼭 포함시켰으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바로 하우스만 대위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미국 군사고문단 소속으로 정일권, 백선엽, 박정희와 같은 친일파 장교가 한국군의 주요보직을 차지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제주 4.3항쟁 양민 탄압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집착에 가까운 반공주의와 학살주의로 똘똘 뭉친 하우스만은 여순사건 이후 있던 숙군작업에서도 무자비함을 여지없이 발휘했죠. 이 하우스만은 미군들 사이에서조차 무서운 사람으로 꼽혔으며 한국 극우체제 형성의 중심적 인물이자 체제의 광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여: 남의 흉을 보기 이전에 먼저 자신의 허물을 벗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만일 일본에서 한국도 제대로 역사 가르치는게 아니면서 자신들한테 그런말 할 자격이 있냐 하면 할말이 없으니까요.

박: 그렇습니다. 자신부터 떳떳해져야 남에게도 할말이 있겠지요. 물론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이 말이 성립하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요.

여: 다음은 북한에 대한 얘기를 해 주시겠군요?

박: 예,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1990년 전후로 해서 세계 사회주의권이 붕괴를 맞았는데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중의 하나인 북한은 계속 살아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 체제가 15년 이상 사회주의의 우산 없이도 존속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유격대 국가' 내지는 '식민지 이후의 민족투쟁형 국가' 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현재도 계속 존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반식민지적 투쟁과정을 거쳐 창립된 민족해방투쟁형의 독재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런 형태의 국가를 유지시켜주는데는 좀 어려운 개념이긴 합니다만 '집단적 정신외상의 경험' 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 집단적 정신외상의 경험이라구요?

박: 예, 그걸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요. 북한은 일제에 의해 정신적, 물질적 타격을 입었지만 상류층은 친일에 대열에 합류했었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 사람들은 외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동족을 배신한 배신자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되었고, 이런 심리는 그들을 도와줄 강력한 구원자가 나타나길 바라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그 바람은 바로 김일성이라는 인물에 의해 현실화 되었구요. 김일성은 단순히 소련의 지원을 입은 지도자가 아니라 바로 북한 주민의 소망을 담은 신격화 된 인물이었고, 이것이 현재까지 북한체제를 지탱해주는 가장 강력한 정신적 요인인 것입니다.

여: 사실 북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남북화해 내지는 통일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이런 북한체제의 형성 및 유지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통일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박: 그렇습니다. 또한 아직도 보수세력이나 군에 의해 북한을 동족이 아닌 적으로 간주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몇년전에 있었던 서해 교전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는데요.  서해 교전 기사를 보도하면서 전략적 결과, 안보의식의 고취, 남북 군사력 비교, 대북 협상 및 사업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정작 연기 속으로 사라진 동족 30여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더라구요. 대체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겨하는 자는 천하에서 뜻을 얻을 수 없고,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슬피 울고 전쟁에서 이긴 자를 상례로 맞이하라는 옛 말처럼 우리가 비록 북한을 어쩔수 없이 적으로 간주해 대립한다 할지라도 이를 마음으로 슬퍼할 줄 알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자비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아울러 전하고 싶습니다.

여: 북한이 우리에게 다가서기만을 기대하지 말고 남한에서 좀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가서라는 말씀이신 것 같군요. 이제 마지막 주제가 될 텐데요, 공자에 대한 이야기군요.

박: 여 기자님은 유교 내지는 공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 글쎄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도 한때 돌았고,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이 유교라는 말도 있고, 지금도 성균관이 대표적 보수세력으로 각종 사회개혁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고 하니....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가 힘들더군요.

박: 사실 현재의 유교라는 것이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중국 한나라 이후로 유교는 항시 권력에 의하여 변질되어 왔고, 이것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공자의 유교 사상은 수직적 사회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많이 이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공자 사상의 본질은 이것이 아니라 비판 및 구도의 정신, 물질에 대한 초탈적 자세등인데 이것을 무시한채 공자가 당시 사회현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들었던 논거를 부풀려 악용해 왔던 것이죠.

여: 아, 그런게 있었군요, 권력에 의한 이용이 있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박: 아마 많은 분들이 모르셨던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군자란 세상 물정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도덕적인 지성인을 말하며 이상주의와 인격양성을 강조하는 인물입니다. 이는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히고 있는 소비주의 풍조나 형식적인 인간관계, 살인적인 경쟁사회의 대안으로 유교가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사회를 정리할 하나의 논리로 유교를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