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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4 WBC 아쉬운 준우승... 그리고 잡다한 이야기 4

몇주동안 우리를 뜨겁게 달궜던 WBC가 드디어 결승전을 마치고 추억속으로 사라져 가는군요.
한국 대표팀의 멋진 선전으로 결승까지 오르고 아쉽게 일본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얻은 것이 더 많고 기뻐할 일이 더 많은 대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이번 대회를 보고 같이 열광하고 환호하고, 아쉬워하기도 한 순간들을 정리해 볼까 하네요.

1. 아쉽지만 의외의 성과이기도 한 2위

다른 야구팬들이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이번 WBC에서 한국은 4강 진출이 어렵다고 봤습니다.
박찬호, 이승엽, 김동주, 박진만이 모두 불참하게 된데다 코칭스태프마저 서로 못하겠다 안하겠다 미루는 상황이라 하와이 전지훈련 떠나기 전까지도 불안한 요소가 많았죠. 게다가 1회의 망신살로 2회에는 단단히 벼르고 나올것이 분명했던 미국, 올림픽 끝나자마자 WBC 준비에 착수했던 일본 등과 비교해도 우리의 준비는 많이 늦었으니까요.

대회에 들어가서도 사정은 좋지 못했습니다. 톱타자 겸 중견수로 내정됐던 이종욱의 컨디션 난조, 포수 박경완의 타격부진, 박진만의 이탈로 인한 유격수 공백,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추신수를 비롯, 올림픽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컨디션이 바닥수준인 류현진, 김광현, 돌직구를 잃은 오승환 등... 올림픽 본선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표팀 사정은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주축 선수들의 뒤를 받쳐준 다른 선수들의 맹활약과 선수 구성상의 어려움을 적재적소의 용병술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막아낸 김인식 감독이 있었기에 2위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릅니다.

2. WBC... 이들이 있었기에

한사람 한사람 모두 대표팀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죠. 그러나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선수를 뽑아보자면 이들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첫번째로는 KIA의 윤석민입니다. 대표팀 원투펀치 류현진, 김광현의 부진으로 빵구가 난 선발 로테이션에서 봉중근과 윤석민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2008년도 KBO 평균자책점 1위의 에이스 투수지만 다른 선수들에 밀려 그동안 과소평가 받았던 윤석민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3세의 젊은 나이지만 세상을 달관한 듯한 편하고 유연한 피칭, 경기 내내 흔들림 없어보이는 의연한 모습은 류현진, 김광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줬네요.

두번째로 삼성의 정현욱입니다. 원래 한국 불펜진의 주축은 임창용, 오승환, 정대현 3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승환, 정대현이 올림픽때부터 정상은 아니었죠. 미들맨으로는 그 혼자 남은 것이나 다름없었죠. 선발진이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무너지며 경기의 분위기가 넘어갈듯 할때마다 나와 던져준 그의 피칭은 눈부셨습니다. 특히나 몇해전 병역비리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후 속죄의 마음으로 나선 WBC에서의 맹활약... 정현욱의 야구 인생에서 전환점을 안겨준 대회였을 겁니다.

세번째는 한화의 이범호입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부동의 3루수는 김동주였고, 그 뒤를 이대호가 잇는다고 보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김동주의 불참, 불안한 3루수비에 타격감도 찾지 못한 이대호를 밀어내고 땜빵 격으로 늦게 합류한 이범호가 연이은 홈런과 안타로 타선에 불을 당겼죠. 언제나 대표팀 선발때마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던 이범호... 다음부터는 그의 이름이 김동주나 이대호보다 먼저 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군요.

3. 대한민국 대표팀... 명과 암

다른 야구관련 기사들이나 중계를 통해서 한국 대표팀이 젊어졌다는 사실은 들으셨겠지요.
프로야구 FA제도가 생기면서 우수 선수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프로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덕택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릴때부터 프로에서 고급 야구를 접하며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죠.

야구선수로서 25세라면 젊은 나이인데 이번 대표팀에 25세 이하인 선수가 많습니다. 일단 앞으로 선발 트로이카가 될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이 23,22,21살이고 좌익수 김현수가 21살, 중견수 이용규가 24살입니다. 게다가 1루수 김태균, 이범호외 2루수 정근우, 우익수 추신수는 27살, 또다른 2루수 고영민은 25살입니다. 29살 이범호와 30살 이진영은 이쯤되면 여기서는 노인네 취급이네요.

요즘 야구선수들이 30대 중반까지 녹슬지 않는 기량을 보여줌을 고려할때 향후 10년동안 이들의 활약은 엄청나리라고 봅니다. 일본만 해도 이렇게 대표팀이 젊지는 않죠. 지금보다 더욱 성장 가능성이 높기에 한국야구가 무섭게 느껴질 것입니다.

한편,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일단 40세를 바라보는 포수 박경완의 대안이 없습니다. 롯데의 강민호가 있지만 나이도 어리고 박경완만큼의 투수리드능력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한국야구가 포수난입니다. 포수가 워낙 힘들고 어려운 포지션이라 학생들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박경완을 투수리드때문에 계속 쓰긴 했지만 안타 하나 뽑기 힘든 그의 타격을 보니 참 고육지책으로 기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박진만이 빠진 유격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기혁이 있긴 했지만 수비도 불안불안했고 타격에서도 헛점을 많이 보이며 박경완과 함께 자동아웃 타선을 구축했습니다. 하위 타선으로 가도 안심이 안됐던 일본과 다르게 한국의 하위타선에서는 우리마저 기대감을 안 나오게 하는 경우가 많았죠. 포수와 마찬가지로 유격수도 아직 포스트 박진만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빨리 이 자리를 메워줄 선수가 나타나길 빌어봅니다.

그리고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타선에서의 베테랑십이 없었던 것도 아쉬웠습니다. 이종범, 이승엽, 김동주가 그동안 해줬던 역할 말이죠. 좀더 경험많은 베테랑이 있었다면 오늘 결승전에서 일본 투수진을 좀더 쉽게 공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담아봅니다.


어쨌든 이렇게 3월의 축제는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WBC는 그렇게 좋아하는 대회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큰 기쁨을 주었으니 뭐... 이제 곧 프로야구 시즌 개막입니다. 지금의 야구열기를 이어서 야구에 좀더 흥미를 갖고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저도 그동안 주말에 야구하러 다닌다고 야구장에 안가본지는 몇년 된거 같은데... 올해는 몇번은 꼭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