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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9 [뒷북 영화감상] 색.계(Lust, Caution, 2007) 12

이 화제의 영화를 너무도 늦게 봤다. 지난주에;;
학교 다닐때는 혼자서도 영화 잘 보러다녔는데 직장인이 되며 주말밖에 시간이 안나는데
주말에는 다른 스케줄도 있고, 연인이나 애들이 많아서 혼자 영화보러 가면 복잡하고 집중도 잘 안되다보니
요즘은 옛날보다는 영화 보러가는 비중이 적어진듯 하다.
어쨌든 삼대구년만에 집에서 영화감상을... 의외로 러닝타임이 길어서 혼났다 ㅋㅋ
(다소의 스포일러가 있으나 영화가 상영된지 오래 됐으므로 그냥 다 씁니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1940년대는 제국주의와 전체주의가 정치 이데올로기로 전세계를 지배했던 시기다.
이 시기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속에서 개인의 삶은 본전을 찾지 못한채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선택이던 타의에 의한 선택이던지 말이다.
바로 영화의 주인공 왕치아즈(막 부인)가 그 시대의 한켠에서 그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 인물이다.

중국에서 평범한 소녀로 살고있던 왕치아즈는 다니던 대학이 전운을 피해 홍콩으로 피난을 왔고, 친구와 있던중 연극부 가입을 권유받게 된다.


도탄에 빠진 중국을 구하기 위한 전쟁자금 모금 연극 제안을 받은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 바로 광위민!


그를 본 왕치아즈는 호감을 느끼게 되고 연극을 하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연극의 내용과 절박한 주변 상황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낀다.
둘은 계속 같이 있길 원했고, 왕치아즈는 중국계 친일파 이를 암살하기 위한 비밀조직 가입을 권유하는 광위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나라의 안위나 일본에 대한 감정도 없이, 그냥 전쟁이 끝나 평화로운 세상이 오고, 아버지가 있는 영국으로 가길 원한 왕치아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다.

친일파 이 를 암살하기 위해 6명의 대학생은 비밀조직을 만들었고, 왕치아즈는 막 부인으로 위장해 이 의 부인에게 접근한다. 곧 이 를 접촉하는데 성공하고, 그와 밀회를 가지며 그를 암살할 기회를 엿보고 집 앞까지 그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던 중 왕치아즈의 다른 친구들은 왕치아즈에게 하나의 제안을 한다. 몸을 팔아 이 의 암살기회를 잡으라는 것.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한 왕치아즈... 그런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은...
그가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광위민이 그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


국가를 위해서라는 공동의 목표로 인해 왕치아즈의 순정은 이렇게 짓밟히고 만다.
같은 조직의 친구중 유일하게 성경험이 있는 친구와 성관계 연습을 하며 왕치아즈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그러나 몸을 버리면서까지 준비한 그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 가 상하이로 옮겨가게 된 것.
풋내기 대학생들의 열정은 이렇게 식어버렸다.


계획을 접고 철수하기 전, 그들의 계획을 알아챈 광위민의 고향선배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는 친구들...
순정을 짓밟히고 사람을 죽였지만 목표도 실행하지 못한 절망적 상황에 왕치아즈는 탈출하고 싶고 그렇게 떠나버렸다.


4년후, 상하이로 옮겨와 평범한 학생으로 살던 왕치아즈...
공부를 마치고 아버지가 있는 영국으로 가는 것이 여전한 꿈이던 왕치아즈...
그는 상하이에서 여전히 항일운동을 하고 있던 광위민을 다시 만나고 다시 그에 이끌려 이 를 암살하는 조직에 몸담게 된다.
물론 왕치아즈에게 친일파의 암살이나 중국의 승리는 중요치 않았다. 영국으로 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 싶었기에...


다시 막 부인이 된 그녀... 더욱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의 핵심이 된 이 를 다시 만난다.
여전히 타인에 대해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그에게 왕치아즈는 맘을 열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경계는 서서히 허물어진다. 이 도 막 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반대로 사랑하지 말아야 할 이 를 막 부인도 사랑하게 된다.
친일파와 항일파의 관계는 그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안됐다. 이 순간만은 그들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일 뿐이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끝없이 원하고 또 원한다. 왕치아즈는 갈등한다.
4년전부터 그녀의 주변을 감싸던 국가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지... 아니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것인지 말이다.
그러던 그녀는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려는 계획을 알려준다. '빨리 도망쳐요!' 한마디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구했지만 엄연히 반일 운동을 했기에 결국 왕치아즈는 죽음을 맞이한다.
왕치아즈를 사랑한 죄로 이 역시 항일세력과 내통했을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상처를 입게됐지만 당장 죽음을 맞이할 상황은 피하게 됐다.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키고자 했다.
모두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만은 지키는데 성공하며 그녀는 짧은 인생을 이렇게 끝맺고 만다.

193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의 침략을 받은 국가의 지식인들은 크나큰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동안 일제에 항거해 왔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고, 1차 세계대전의 승리와 함께 일본은 아시아 최강의 국가로 성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시기, 이른바 배운 자들의 상당수가 친일파가 되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치적인 관계를 맺길 거부한 채 개인의 삶에만 충실하거나, 삶의 의욕을 포기한채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어떤 길을 택하던지 국가를 위해서, 그것이 일본이던 그렇지 않던 개인의 삶은 묻히고 무시당해야만 했다.
왕치아즈는 시대가 낳은 피해자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사랑도, 성숙한 시절의 사랑도 모두 이루지 못한채 죽음을 맞았다. 전체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그녀는 짓밟혀야만 했다.

왕치아즈 외에도 영화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모두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했다. 사랑을 포기한 사람, 부귀영화를 포기한 사람, 자유로운 삶을 포기했던 사람 등등...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의 광풍 속에서, 얼마나 개인 하나하나의 존재가 무기력하게 되는지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안 감독이 정확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속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현실을 이런 식으로 꼬집었던 것은 아닐까도 싶다.

아울러, 그래도 몇년전보다는 덜하지만... 전체를 위해 개인은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혹은 전체주의적 관점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데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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