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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6 [북리뷰]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4) 4


From. 네이버 블로그 (2004.12.30)

여군동 기자, 책으로 박노자를 만나다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4) 아직도 폭력이 충만한 사회

인터뷰: 네이년 뉴스 여군동 기자(이하 여), 박노자 교수(이하 박)

여: 교수님 그동안 바빴던 관계로 이야기할 시간을 갖지 못했네요. 연말인데도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별말씀을요... 큰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여: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까?

박: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해야할까요, 한국사회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 박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한국사회가 폭력이 충만한 곳인가 보죠?

박: 뭐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렇지만, 사회 곳곳에 폭력적인 잔재가 많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군사문화의 영향력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먼저 군대에 갔다오지 않은 남자를 인간 이하로 대접하는 풍토가 대표적 사례지요. 그러면서 군 복무가 주요 통과의례이자 정권을 위한 세뇌기간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이런 한국사회는 독재와 군대 위주의 사회, 군대를 좋아하는 우민이 존재했던 소련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국사회가 소련에게 반감을 가졌지만, 그 본질은 차이가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신분은 얼마 안되리라 봅니다.

여: 사실 군대를 빼놓고 한국사회를 이야기한다는건 불가능하지요. 저도 남자로서 군 복무를 마쳤는데 참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박: 그렇죠. 저도 한국에 와서 많은 남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대부분 어렸을때부터 군대에 대해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맞을 고생, 음식을 급히 먹어야 할 고생, 상사의 닥달을 대꾸없이 참아야 할 고생등을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해 군대에 대해 공포감과 부담감을 느끼더라구요. 운동권 학생들의 경우 동족과 싸움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것 같았구요. 하지만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상 군복무와 사회적 성공이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 권리를 희생하면서 군복무를 하게 되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술' 을 많이 선택하기도 하더군요.

여: 군대 갔다오면 술이 늘죠.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구요. 군대에 갔다오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군대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이를 합리화 하는 모습은 저로서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박: 이런 군복무가 제대 후 많은 남성들의 인격에도 영향을 끼치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성에 대한 냉소주의나 소비주의적 경향을 들 수 있죠. 성관계만이 이성교제의 전부인듯한 생각이나 군대에서부터 배워오는 각종 음담패설이나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등은 여성들에게도 상당히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또한 군대에서 겪은 각종 폭행에 대한 경험이 상습적인 가정폭력과도 연결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군대에서의 폭력으로 인해 전역후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었죠.

수십년동안 군복무나 군사정권의 지배로 인해 군사적인 폭력에 시달려온 한국사회이지만 서구의 반전운동과 같은 확고한 입대 거부의지를 가진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 저는 참 놀라웠습니다. 나라에서 시키는대로 해야 산다는 전체주의적 사회의 그릇된 상식이 내면화 되어있다는 것이죠. 소련의 군사적 권위주의에 대항해 평화주의 운동을 펼쳤던 소련의 학생들과 한국의 학생들은 참 비교가 됩니다.

여: 군대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인간성을 파괴한다는 문제는 피해갈 수 없죠. 문제가 많은 집단이긴 합니다.

박: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한국인들은 폭력을 수반하는 권위주의를 체득하고 심리적, 물질적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아니라 신성한 맹종 학습의 의무라 봐도 되겠지요. 하지만 현재 군대에 대한 반감은 오히려 학생운동이 지금보다 활발했던 1990년대 초반보다 쇠톼한 느낌입니다.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같은 조치가 군 내부에서 시행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폭력이 잔존하고 있고, 병역의무에 대한 저항의식도 옛날만 못합니다. 오히려 '빽' 을 이용한 병역기피를 통해 보수체제에 안주하고 체제의 생명만을 연장시키는 모습만이 여기저기서 드러날 뿐이죠. 또한 군복무는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학습효과를 가차없이 떨어뜨려 인재양성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죠. 군대 갔다온 남학생들, 복학 첫학기에 공부때문에 고생하는 모습,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아니겠습니까?

여: 아, 그렇군요, 이런 군대문화로부터 벗어나 한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박: 일단 군 내부에서 반인륜적 명령을 거부하는 권리,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권리 및 대체근로권을 인정해 줘야 겠지요. 또한 부대내의 폭력행위와 같은 것들을 군대 내부에서 해결하려 하지만 말고 일반 폭력행위와 똑같이 처벌하는 강력한 조치도 필요하구요.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모병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현실화 되기 참 어렵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