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을 먹던 중에 한 분이 생일선물로 자기가 태어났던 날의 신문을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매년 생일이 돌아오곤 하는데... 정작 내가 태어났던 그 날의 신문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지가 나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최근에 네이버에서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라 하여 옛날 신문을 검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언론사도 동아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3개뿐이고 1977년부터 1985년까지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중이긴 한데 우연히 이걸 보고 심심할때마다 옛날 기사를 찾아보는게 재미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태어난 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신문들을 훑어보았다. 바로 1980년 4월 21일이다.

(신문출처: 네이버 디지털뉴스 아카이브, 경향신문)

              



내가 태어난 날이 다가오기 전에 전국에 황사현상 및 강풍으로 인해 날씨가 안좋았나보다.
이때도 봄마다 나오는 황사현상에 대한 기사는 빠지지 않는듯 하다.
지금은 창경궁이지만 옛날에는 동물원이 있던 창경원에는 무려 17만명의 봄을 즐기는 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이 때가 바로 박정희 군사정권이 10.26으로 마감되고 이른바 '서울의 봄' 이라 하여 새로운 민주화의 열풍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을때였다. 유신헌법을 고쳐 새로운 헌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기사들이다. 한달도 안되어 계엄령 확대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서울의 봄' 은 막을 내렸지만...


1979년에 서구화를 급속히 추진했던 이란 팔레비왕이 몰락하고 호메이니가 회교혁명을 일으켜 종교에 입각한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란을 떠난 팔레비왕은 신병 치료를 위해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다 미국에 갔는데, 이때 이란인들이 팔레비왕의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구하며 이란의 수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점령해 대사관 안에 있는 미국인들을 1년여동안 인질로 잡은 사건이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對 이란 경제제재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이에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느냐의 문제가 이슈가 되었나 보다.


30년 전도 역시 사교육의 열풍은 대단했나 보다.
엄청난 과외열기를 줄여보고자 KBS가 교육방송을 만들어 TV과외를 시작한다는 뉴스다.
내 기억으로는 이때, 그리고 80년대 후반 학력고사 시절,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때 위성교육방송이 생기면서 교육방송 붐이 일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방송이 과외를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후 전두환 정권때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다 걸리면 작살나는 세상이 되면서 교육방송의 힘도 거치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나~ 이건 무슨 훈훈한 소식이던가! 탤런트 김자옥과 가수 최백호가 9월에 전격 결혼한다는 뉴스!
연예인 커플의 탄생을 알리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 분들은 현재 부부가 아니다.
아시는 분들은 김자옥씨가 지금 누구랑 사는지 다 아실듯... 더 이상의 얘기는 하지 말자.
안좋은 추억일지도 모르니까;;


내가 학교 다닐때 여자배구는 김철용 감독이 이끄는 호남정유(이후 LG정유 -> GS칼텍스로 팀명 변경)의 시대였다.
그 이전에는 바로 미도파 여자배구단이 국내 최강의 실력을 자랑했다.
그 미도파 여자배구단이 7년여동안 무려 181연승의 가도를 달려왔는데 선경 배구단에게 져 연승행진을 마감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지성이 형아...(생각해보니 나보다 동생 -_-) 이전에 바로 해외 진출해 대활약을 펼친 축구선수가 바로 우리의 차붐! 이다.
아시아의 슈퍼스타 차범근이 시즌 11번째 골을 넣었다는 훈훈한 소식이다.

마지막으로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 당시에는 MBC와 경향신문이 한 식구였다. 지금은 경향신문만 쓰고 있는 구 MBC 정동사옥을 그때는 나눠서 썼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신문들이 KBS를 제일 왼쪽에 배치하는 것과 다르게 MBC를 가장 왼쪽에 배치하고 있다.

당시에는 아침방송도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게 석간신문이라서 이렇게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해도 평일에는 5시 30분부터 TV가 나와서 학교 갔다와서 지직거리는 화면을 틀며 화면조정 방송이라도 나오길 기다렸던 그 생각이 난다. 그때는 토요일도 아침 10시까지만 방송하고 1시부터인가 다시 TV가 나와서 학교 갔다오면 오후 방송이 막 시작되고 그랬었다 ㅎㅎㅎ

편성표상의 TBC는 삼성그룹이 하던 동양방송이라는 당시 최대 민영방송사이다. TBC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사건으로 KBS에 흡수되었다. 여의도에 있는 KBS 별관 건물도 원래는 TBC 사옥이다. TBC TV는 언론통폐합으로 KBS2 TV가 되었고 TBC 라디오는 KBS2 라디오가 되었다. 아직도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는 당시 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 보다도 더 인기있는 라디오 프로였다고 한다.

DBS는 동아방송이다. 동아일보가 운영하던 방송인데 이 역시 언론통폐합으로 사라졌다. 이 채널은 이후 KBS 라디오 채널이 됐고 1990년에 서울방송(SBS)이 생기면서 KBS에서 분리되어 SBS 라디오가 되었다.

MBC 라디오 채널 편성표에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2시의 데이트' 와 '별이 빛나는 밤에' 가 보인다. 최근 장수 프로그램들을 폐지하고 있는 MBC인데 제발 두데와 별밤만큼은 없애지 말고 계속 유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들이 이런 내용들을 보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때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옛날을 더듬어보니 기분이 새롭다.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분들도 자신이 태어난 날의 신문을 한번 검색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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